이이영
<AnyWay>

이이영(Lee Eyoung)은 일상의 순간을 담는다.
이이영 작가가 행하는 모든 일상이 탐색이고, 그의 작품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치 산책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이 행위는 언뜻 보면 그림일기와도 같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이영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한 기억과 기록들은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를 희미하게 거울과 같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이영, <6월 27일 말랑한 오후 4시 44분>, 162.2x112.1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1
이이영, <4월 25일 여섯 시 반 괴전동 노을>, 72.7x72.7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1
이이영 작가는 ‘일상에서의 찰나’를 주제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다른 관점에서, 깊이 있게 관찰하여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를 찾아내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21년도에 제작된 작품으로, 작품의 실제 장소와 시간, 날짜를 제목으로 나타내어 의미를 부여해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이영, <손의 온도>, 72.7x72.7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2
<손의 온도> 작품은 작가께서 22년도에 제작한 작품입니다.
특히 문과 손잡이를 보고 있자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손잡이는 많은 사람이 만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림을 보면 빛이 문의 철 손잡이를 비추며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는 많은 사람이 지나간 손잡이 온도는 따뜻하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이영, <손의 온도>, 72.7x72.7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2
보통 차단선이나 차단봉은 ’더 이상 여기를 지나갈 수 없습니다.‘, ’여기를 지나가지 마세요. ‘라는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빛과 그림자는 차단봉 뒤를 넘어간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건 차단봉의 의미와 반대되는 순간의 찰나인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이영, <번데기>, 130.3x162.2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3
작품을 보자면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의 이름은 <번데기>라는 이름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이 모습이 번데기와 같다. 그리고 아파트가 다 지어진 완공된 모습이 나비와 같다. 라고 느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이영, <너울대는 파도 사이 수많은 눈들은>, 162.2x260.6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2
작가는 당시 이 풍경을 보았을 때, 아래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파도 같은 느낌을 주며, 아파트의 창문이 하나의 눈으로 자신을 파도 나무 사이 숨어 감시하는 기분이 들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이영, <해와 그늘 사이 사람>, 130.3x324.4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4
이이영 작가의 작품을 보다 보면 아무리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순간을 소중히 하고, 그 의미를 찾아 나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대구의 '동촌유원지'의 실제 장소가 그려져있습니다. 그림에 있는 나무의 절반 정도 그림자로 경계져 있습니다. 이 그림자는 작가와 작가의 친구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그림자입니다. 그리고 뒤의 푸른 배경은 언뜻 보면 하늘 같지만, 동촌유원지의 강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이름은 <해와 그늘 사이 사람>입니다.
이이영, <첫 눈>, 91.0x117.0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4
작품 안에 있는 붉은 꽃 위에 하얀색 무언가 쌓여있습니다.
이 꽃의 정체는 ‘맨드라미’ 꽃으로 여름에 피는 여름 꽃이라고 합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첫눈이 와 꽃 위에 소복히 쌓일 때까지 이 꽃은 온전한 상태로 피어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자세히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뒤에 있는 꽃의 줄기가 끈으로 묶여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인위적인 것의 흔적이죠? 이 장소 자체가 야생이 아닌, 사람의 손길이 들어간 화단의 일부인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맨드라미 꽃이 겨울까지 살아 남아있을 수 있던 것이겠죠.
이이영, <관계의 종류>, 151.6x947.5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4
이 작품은 이이영 작가가 사진 하나로 약 80여 점의 그림을 그린 것입니다. 작품을 보면 대부분의 그림이 붉은색과 초록빛을 띠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지나가다가 알 수 없는 작은 빨간 열매가 열린 화초를 많이 보셨을겁니다. 작품의 기반이 된 화초가 바로 그 ‘피라칸사스’ 화초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제작할 때 사진에서 색을 뽑아내어 작업하였습니다.
같은 사진이지만 다른 시선으로 어떤 그림은 잎사귀보단 열매를, 어떤 그림은 열매보단 잎사귀를, 그리고 어떤 그림은 그냥 열매, 또 다른 그림은 그냥 잎사귀.
이는 ‘관계’란 단어와 엮을 수 있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관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듯이 ‘피라칸사스’라는 식물을 ‘관계’라는 단어와 엮어 작품 제작을 하였습니다.
이이영, <돌아올 마음과 항상 있었던 마음>, <공백>, <빛이 차가워져 가는 도중에는>, < 그 속이 너무 무거워서>, 78.0x49.5cm, Monotype, 2023
이 네 점의 작품은 한강을 배경으로 그려진 작품입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서서히 해가 지는 듯한 느낌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이영 작가의 액자 작품 시리즈는 모노타입이라는 판화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통의 판화는 여러 번 찍어낼 수 있는 것에 반해 모노타입은 단 한 장밖에 찍어내지 못하므로 조금 더 회화적인 느낌이 드는 제작 방식입니다.
이이영, <공중 야자 유치원>, 59.0x39.0cm, Monotype, 2022
이이영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작품 제목을 보면 작품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중 야자 유치원> 작품은 나무에 달린 노란 열매들이 노란 유치원 복을 입은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에 ‘공중에 열린 야자 유치원’, <공중 야자 유치원>이라고 작품 제목을 지어주셨습니다.
이이영, <핫 썸머>, 59.0x39.0cm, Monotype, 2022
<핫 썸머> 작품은 판화를 찍어내었을 때, 작품이 더운 여름날 아지랑이가 핀 것같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 <핫 썸머>라는 이름으로 제목을 지어주셨습니다.
이이영, <하늘누끼>, 59.0x39.0cm, Monotype, 2022
<하늘 누끼> 보통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많이 쓰는 단어인 ‘누끼’는 배경과 사물을 분리하기 위해 그 사물의 외곽선을 따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 작품 또한, 하늘에 나뭇잎 모양 누끼를 딴 것 같다. 해서 <하늘 누끼>라는 제목을 지어주셨습니다.
이이영, <그린 프레임>, 59.0x39.0cm, Monotype, 2022
<그린 프레임> 작품은 주변의 풀들이 말 그대로 초록색 프레임 같아서 붙인 제목입니다.
이이영, <하늘의 심지>, 162.2x130.3cm, acrylic, color pencil on canvas, 2024
혹시 ‘심지’라는 말을 아시나요?
보통 촛불이나 양초 등에 불을 붙이기 위한 용도로 심어져 있는 종이, 혹은 끈을 심지라고 부릅니다. 이 작품의 배경에는 하얀 목련이 피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푸르게 피어있는 소나무가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를 보고 작가님께선 하늘의 심지 같다 하여 <하늘의 심지>라는 작품 제목을 붙여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