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미

<AnyWay>

 류은미(Ryu Eunmi)는 소통의 부재와 관련된 언어체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상대를 배려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기본소양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나’의 감정과 의사전달을 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는 때론 사용하는 이의 감정을 다 담지 못하여 직설적이거나 다른 의미로 전달될 때도 있다. 류은미 작가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과연 ‘제2의 언어’들이 해결할 수 있는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탐구하며 사용하는 제 2의 언어들은 직설적이진 않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시켜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작가 본인의 이야기 혹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



류은미, <code name DP>, <code name H>,  <code name P>, 62x132x4.5cm, digital print, LED light panel, 2019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은 다 같은 토대의 같은 모양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공간은 살아가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게 만들어집니다. 벽을 허물고 공간을 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본 토대 그대로 분위기만 바꾸어 꾸며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작가는 이게 무언가의 ‘언어’와 같다고 느끼셨다 합니다. 우리 한국인도 다 똑같은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말하거나 듣고자 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처럼, 사용하는 이에 따라서 의미와 용도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류은미, <Seek Our Signal-searcher Ⅲ>, 2min 12sec, single channel video, 2024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아파트의 수많은 창문들 중 하나의 창문만 깜빡임을 반복합니다. 이는 모스부호로 ‘S.O.S’를 의미합니다. 이는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목의 대문자 부분만 살펴볼까요? 작가는 작품 내에서도 작품을 이르는 제목에서도 'S.O.S',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습니다.

 왜 S.O.S 구조요청을 하고 있는 것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작품 제목의 뜻은 ‘수신자를 찾습니다’.

 아파트는 다수가 모여 생활하는 주거 공간입니다. 하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웃과 특별한 소통을 하지 않고 있죠. 우리의 삶에서 ‘이웃’이라는 존재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알게 모르게 느끼실 겁니다. 이러한 위험 신호를 전달하는 주체가 류은미 작가라 하면, 이 S.O.S는 객체. 즉, ‘내’가 ‘너’를 부르는 류은미 작가님만의 언어. 

 소통의 부재에 관한 S.O.S라 볼 수 있습니다.


류은미, <눈>, 100x100cm, lenticular, 2024

류은미, <연기>, 40x70cm, lenticular, 2024

류은미, <향수>, <사과>, <바람>, <안녕>, <짝>, 30x50cm, lenticular, 2024
류은미, <괜찮아>, 13.5x86x51cm, mixed media, 2024 

 보이는 각도에 따라 도안이 바뀌도록 만든 것을 렌티큘러라고 합니다. 류은미 작가의 대표 작들은 랜티큘러 형식의 작품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작품 내에도, 제목에도 나와있는 이 단어들은 모두 이중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들입니다. 이건 언어에 관해 연구하고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류은미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 제작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류은미 작가의 <Seek Our Signal-searcher Ⅲ> 작품과 이어집니다. 그 작품을 다시 떠올려 볼까요?

 나와 너의 소통을 중요시하며 ‘우리는 너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 있지 않나?’ 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들에게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계십니다.


류은미, <정의>, 총 400x150cm(각100x150cm 4점), lenticular, 2024

 정의(justice)와 정의(definition). 

 둘은 같은 말이지만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소리, 음성, 말 등을 연구하며, 대화에서 오는 오해, 아이러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품 중간 큰 글자가 ‘justice’ 일 때에는 ‘definition’의 뜻을 보여주고 있고, ‘definition’이 올 때에는 ‘justice’의 뜻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류은미, <She broke the record>, 13.5x426x130cm, mixed media, 2024 

 ‘She broke the record’ 라는 문장의 뜻은 말 그대로 ‘그녀는 레코드를 깼다.’ 가 될 수도 있고, ‘그녀는 기록을 달성했다’란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하지만 작품에 가까이 접근하여 살펴보면 작품 뒤쪽에 위치한 레코드는 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의 진짜 의미는 '그녀는 레코드를 깼다' 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작품 또한 작가가 언어의 이중성을 표현한 작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류은미 작가의 작품은 개념미술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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